[무등일보] [창간 35주년]고립·은둔 청년? 고립 인구?··· 용어마저 제각각

관리자
2023-10-16

[은둔형 외톨이, 그들은 누구인가]
구체적 실태 파악조차 안된 상황
지원 대상·범위 등 범위도 모호해
최근 잇단 범죄 부정적 인식까지
전문가들 "한국형 모델 구축해야"


은둔형 외톨이, 고립·은둔 청년, 고립 인구…. 그들을 부르는 말조차 정의돼 있지 않다. 그동안 사회가 이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주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등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집 안에만 머물러 있던 이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갖은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하는 흉악 범죄자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더 곪기 전에 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제각각인 이들에 대한 개념을 세우고 실태 파악을 통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국내선 IMF 이후 등장

현재 통용되는 은둔형 외톨이의 어원은 일본의 히키코모리다. 히키코모리는 직역하면 '틀어박힌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는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학업이나 취업 등 사회적 관계를 거부, 방 안이나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버블 경제 붕괴 시기인 1990년대 히키코모리 문제가 드러났으며 2000년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게임·소셜미디어 중독 등 문제가 심화했다.

국내에서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발생으로 경기 침체와 불황이 맞물려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현실을 피해 자발적 고립을 선택, 집에서 게임만 하는 이른바 '사이버 폐인'이 등장했다.

은둔형 외톨이의 전신이다. 이후 2000년대 초부터 이들로 인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집안에만 있는 사람이나 상태를 일컬어 은둔형 외톨이라 불렀다.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안 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5월 발간한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에 따르면 청년층의 경우 2019년 3.1%에서 2021년 5%로, 장년층(35~49세)은 4.6%에서 5.4%로, 중년층(50~64세)은 5.7%에서 6.8%로, 초기 노인층(65~74세)은 6.8%에서 8.3%로, 75세 이상 후기 노인층은 8.5%에서 10.5%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고립 인구 비율이 점차 높아졌다.

이처럼 고립 인구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에도 아직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물론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천 등 일부 지역은 고립·은둔 인구 비율 실태조사를 앞두고 있으며 '은둔형 청년', '고립 청년' 등 지역별 명칭이 상이하고 관련 조례 제정도 제각각이다.

광주시의 경우 2019년 10월에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경제·문화적으로 다양한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정 기간 이상을 자신만의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해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현저히 곤란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3년마다 은둔형외톨이 실태조사를 실시하는데 2020년 진행한 첫 실태조사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를 비롯한 그의 가족 총 349(237·112)명의 사례를 발굴했다.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 237명 중 175명이 현재 은둔형 생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146명(61.6%)으로 여성(91명·38.4%)보다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48.9%(116명)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30대 26.6%(63명), 40대 11%(26명), 50대와 60대가 각각 4.6%(11명), 10대가 4.2%(10명)로 뒤를 이었다.

최종학력은 대졸 이상이 46%(109명)로 가장 많았고 고졸 21.1%(50명), 대학교 중퇴 14.3%(34명), 대학교 재학 9.3%(22명), 고등학교 중퇴 5.5%(13명), 중학교 중퇴 이하 1.3%(3명)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하고 더 많은 사례를 발굴해 사례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추상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라도 40대와 20대는 분명 차이가 있을 거고 질병이나 은둔 기간 등에 대해서도 분명 대응 방법이 달라야 한다"며 "정확한 실태 파악과 세밀한 사례 관리 등을 통해 개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재적 범죄자' 인식 위험

최근 30대 여성을 살해한 최윤종과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등이 고립·은둔 생활을 해왔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대인 관계를 어려워하거나 대화를 어려워하는 등 고립 청년이 많은 상황에서 현상만 같다고 '은둔형 외톨이'를 부각시켜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며 "사회적 활동을 안 하고 고립된 현상은 비슷할 수 있지만 은둔 상태에 있다고 해서 다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닌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둔형 외톨이의 문제라기보다는 대인관계의 어려움, 사회적 분노와 혐오 등이 범죄의 원인이 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교수는 "방에만 있는 사람들보다는 당연히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을 거다. 하지만 임팩트 있는 사건들이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기억에 남기 때문에 잠재적 범죄자처럼 간주해 버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어떠한 프레임을 씌우기보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보고 은둔을 개인의 선택으로 보기보다 실태 파악을 통해 치료적 개입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상태·특성에 맞는 지원 통해 사회로 복귀시켜야"

은둔형외톨이들 대인관계 어려움·불안 등 호소

도움 요청 못하는 특징도 지녀…사례 발굴 어려워

사회구성원으로 복귀까지 가족과 지자체 역할 중요

"명확한 기준·실태조사 등 관계당국의 노력 필요"


>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사무국장. 


"은둔·고립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느는 만큼 실태조사를 통해 그들의 상태와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지난 2년간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와 가족들을 만나왔다.

그는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복귀하기 위해서는 가족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명확한 기준과 단계별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사무국장은 "은둔형 외톨이는 엄연한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 단절된 채 살아가기 때문에 애초에 전수조사 자체가 쉽지 않고 발굴하더라도 지원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이들을 발굴하고 사회구성원으로 복귀시키려는 단계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사무국장은 은둔·고립 생활을 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음에 따라 실태조사를 통해 상태와 특성에 맞는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지원체계 마련에 앞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 정의 기준은 지자체 조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다. 어떤 지자체는 연령에 상관없이 지원하는 반면 청년 문제에 집중돼 있다고 보는 곳도 있어 연령 제한을 두기도 한다. 은둔·고립 상태로 보는 기간에도 차이가 있다"며 "우리나라 내 은둔·고립에 대한 정의와 발생 원인에 대한 연구가 덜 된 상황이지만 조금 더 촘촘한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승희 기자 (wlog@mdilbo.com)

기사 원문 : www.mdilbo.com/detail/c3QycN/70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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