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평가 '숫자' 아닌 '정성 지표' 바람직…섣부른 개입보다 충분한 기다림 요구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복귀는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 (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대학을 휴학한 채 등교를 거부하는 고립은둔 청년은 가족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모가 대화에 나서도 "내가 알아서 한다"며 회피하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지원기관이 고립은둔 당사자와 접촉하려는 노력 자체도 서비스로 평가할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채팅, 대화, 편지 교환, 선물 제공 등이 대표적 사례다.
단기간 상담서비스를 받은 자녀가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좀 나아진 듯 싶다가도 다시 은둔에 돌입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자녀가 은둔에 들어간 시기가 오래됐고 추정되는 이유도 복잡한데도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마다 짧은 시간에 극적인 변화를 희망한다. 은둔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 매우 힘들고 어려운 장기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대목은 부모와 형제, 자매 등 가족의 불신이다. 자신이 신뢰 받고 있음을 납득하고 확인해야만 사회를 향해 한 발자국을 뗄 수 있게 된다.
당사자 상태가 점차 나아져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일에 대한 의지를 보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해도 가족이 부푼 기대를 안고 성급하게 개입하거나 과도하게 응원하기보다는 한발 물러난 채 당사자가 갖고 있을 두려움에 공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당사자를 충분히 기다리고 지지하는 주변환경을 갖춰야 한다. 상담 등으로 간헐적인 외출에 나서고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포기했던 진학이나 취업 준비에 나선다해도 막상 사회에 진출해 독자적으로 살아가려면 본인의 노력은 물론 가족 등의 도움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 고립은둔청년 지원 사업 활동모습.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 '민간위탁' 통한 장기 케어 실시
고립은둔 탈출을 가정에만 맡길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도 지원을 시작했다. 가장 많은 고립은둔 청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시도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간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의 사업은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하고 평가하는 체제로 진행되면서 지원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돌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연속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성과공유회에서 "한 명의 고립은둔 청년이라도 더 사회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서울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올해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의 성공적 회복과 자립을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 전담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2000년부터 작년까지 수행했던 민간 전문기관 보조사업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다. 1년 단위 사업으로 운영하면서 발생한 단절적 사후관리, 지원중단에 따른 재고립이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3년 사업'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한다.
빌굴, 선별, 상담, 맞춤프로그램 지원과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등 종합적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관인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에 2027년 2월 말까지 관련 사무를 3년간 맡긴다. 매월 성과를 관리하며 연 2회 평가한다
서울시는 전담센터를 통해 올해 800명 이상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다만 서울 거주 고립은둔청년이 최대 12만9000명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수혜 대상자가 턱없이 작다.

고립은둔 정책의 성과를 숫자로만 평가하면 문제해결에 다가갈 수 없다. (출처=픽사베이)
◆은톨이 지원사업 평가 '정량' 아닌 '정성' 전환해야
사업 성과를 머릿수로 따지는 '수량적 목표 제시'에 대한 비판도 있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는 작년 심사보고서를 통해 "서울시 미래청년단이 제출한 2024년 민간위탁 성과목표는 주로 양적 지표인 프로그램 참여인원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며 "수탁기관의 실적 채우기식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질적 측면을 반영한 성과지표의 개발과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혈세가 들어가는 공모사업 수행 결과에 대한 확인과 측정은 당연하지만 양적 평가는 고립은둔자의 사회 복귀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은둔 청년 1명에 사회복지사 1명이 장기간 매달려도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첫 단계인 온라인 채팅상담에만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단순히 숫자만 강조하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숫자 채우기가 우선시되면 가뜩이나 어렵게 발굴했는데 교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은둔 상태가 심각한 사람은 지원대상에서 먼저 누락될 우려가 높다.
성과 창출을 조급하게 요구하는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질적 측면을 반영한 성과 지표를 적극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프로그램 전후를 비교해 관계가 늘어났는지, 친밀감이 생겼는지, 우울감이나 고독감이 줄었는지, 자존감은 높아졌는지가 질적 평가에 해당된다. 교육 전후 인터뷰, 설문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
특히 고립은둔 문제는 계획된 일정과 흐름에 따라 개선과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백희정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고립은둔자가 사회로 복귀하려면 도움을 청하는 것이 늘 가능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기관이 곁에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절실하다"며 "사업에는 지속성과 속도가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원문: 뉴스웍스(https://www.newsworks.co.kr)
성과 평가 '숫자' 아닌 '정성 지표' 바람직…섣부른 개입보다 충분한 기다림 요구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복귀는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 (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대학을 휴학한 채 등교를 거부하는 고립은둔 청년은 가족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모가 대화에 나서도 "내가 알아서 한다"며 회피하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지원기관이 고립은둔 당사자와 접촉하려는 노력 자체도 서비스로 평가할 수 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채팅, 대화, 편지 교환, 선물 제공 등이 대표적 사례다.
단기간 상담서비스를 받은 자녀가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좀 나아진 듯 싶다가도 다시 은둔에 돌입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자녀가 은둔에 들어간 시기가 오래됐고 추정되는 이유도 복잡한데도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마다 짧은 시간에 극적인 변화를 희망한다. 은둔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 매우 힘들고 어려운 장기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대목은 부모와 형제, 자매 등 가족의 불신이다. 자신이 신뢰 받고 있음을 납득하고 확인해야만 사회를 향해 한 발자국을 뗄 수 있게 된다.
당사자 상태가 점차 나아져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일에 대한 의지를 보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해도 가족이 부푼 기대를 안고 성급하게 개입하거나 과도하게 응원하기보다는 한발 물러난 채 당사자가 갖고 있을 두려움에 공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당사자를 충분히 기다리고 지지하는 주변환경을 갖춰야 한다. 상담 등으로 간헐적인 외출에 나서고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포기했던 진학이나 취업 준비에 나선다해도 막상 사회에 진출해 독자적으로 살아가려면 본인의 노력은 물론 가족 등의 도움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 고립은둔청년 지원 사업 활동모습.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 '민간위탁' 통한 장기 케어 실시
고립은둔 탈출을 가정에만 맡길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도 지원을 시작했다. 가장 많은 고립은둔 청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시도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간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의 사업은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하고 평가하는 체제로 진행되면서 지원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돌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연속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성과공유회에서 "한 명의 고립은둔 청년이라도 더 사회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서울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응원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올해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의 성공적 회복과 자립을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 전담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2000년부터 작년까지 수행했던 민간 전문기관 보조사업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다. 1년 단위 사업으로 운영하면서 발생한 단절적 사후관리, 지원중단에 따른 재고립이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3년 사업'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한다.
빌굴, 선별, 상담, 맞춤프로그램 지원과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등 종합적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관인 사회복지법인 '한국생명의전화'에 2027년 2월 말까지 관련 사무를 3년간 맡긴다. 매월 성과를 관리하며 연 2회 평가한다
서울시는 전담센터를 통해 올해 800명 이상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다만 서울 거주 고립은둔청년이 최대 12만9000명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수혜 대상자가 턱없이 작다.
고립은둔 정책의 성과를 숫자로만 평가하면 문제해결에 다가갈 수 없다. (출처=픽사베이)
◆은톨이 지원사업 평가 '정량' 아닌 '정성' 전환해야
사업 성과를 머릿수로 따지는 '수량적 목표 제시'에 대한 비판도 있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는 작년 심사보고서를 통해 "서울시 미래청년단이 제출한 2024년 민간위탁 성과목표는 주로 양적 지표인 프로그램 참여인원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며 "수탁기관의 실적 채우기식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질적 측면을 반영한 성과지표의 개발과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혈세가 들어가는 공모사업 수행 결과에 대한 확인과 측정은 당연하지만 양적 평가는 고립은둔자의 사회 복귀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은둔 청년 1명에 사회복지사 1명이 장기간 매달려도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첫 단계인 온라인 채팅상담에만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단순히 숫자만 강조하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숫자 채우기가 우선시되면 가뜩이나 어렵게 발굴했는데 교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은둔 상태가 심각한 사람은 지원대상에서 먼저 누락될 우려가 높다.
성과 창출을 조급하게 요구하는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질적 측면을 반영한 성과 지표를 적극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프로그램 전후를 비교해 관계가 늘어났는지, 친밀감이 생겼는지, 우울감이나 고독감이 줄었는지, 자존감은 높아졌는지가 질적 평가에 해당된다. 교육 전후 인터뷰, 설문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
특히 고립은둔 문제는 계획된 일정과 흐름에 따라 개선과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백희정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고립은둔자가 사회로 복귀하려면 도움을 청하는 것이 늘 가능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기관이 곁에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절실하다"며 "사업에는 지속성과 속도가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원문: 뉴스웍스(https://www.newswor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