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 연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가보니
>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박현정 팀장은 매일 생활습관을 바꾸려는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연락을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건강한 음식 먹기 등 자신의 생활을 바꿔보려는 외톨이들은 자신의 일과를 박 팀장에게 알린다. 지난 24일 방문한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시 조례로 탄생한, 전국 유일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다. 광주=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광주)=김빛나 기자] ‘일주일에 한 번씩 산책 나가기.’
누군가에겐 흔한 일이지만 14년 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온 37세 A씨에게는 거대한 목표다. A씨는 용기를 내 산책할 때마다 스마트워치로 자신의 외출을 기록한다. A씨는 외출이 끝나면 ‘산책 인증샷’을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박현정 팀장에게 전송한다. 스마트워치도 지원센터에서 받았다. 이렇게 외출 인증을 한 지도 어느새 1년. 박 팀장은 “우리 센터에서 가장 성실하게 목표를 달성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A씨와 같은 외톨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격려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지난 24일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에서 만난 그는 메신저로 “안녕하세요^^. 황사주의보가 해제된 쾌청한 날입니다”라는 인사를 한 외톨이에게 건넸다. 수십명에게 밝은 기운을 전하는 입장이라 박 팀장은 캐릭터 피규어 등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책상에 두며 힘을 내고 있다.
하루에 한 번꼴로 ‘도움 요청’ 연락 와
> 지난 24일 방문한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시 조례로 탄생한, 전국 유일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다. 광주=김빛나 기자
광주 북구에 있는 이 센터는 은둔 삶을 바꿔보려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문을 두드리는 곳이다. 전국 유일한 지원센터인 데다 나이와 상관없이 지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원센터에는 중년에 접어든 청년이나 중년 문의가 늘고 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껴 10년 넘게 은둔한 30대 후반 남성부터 이혼과 건강 문제로 5년 동안 은둔한 56세 남성까지 사연도 다양하다. 센터가 문을 연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309명이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연락이 오는 셈이다.
센터 설립부터 함께한 백희정 사무국장은 “우리 센터에는 다른 기관에 지원을 문의했으나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아 마지막으로 오는 외톨이가 많다”며 “우리가 돕지 않으면 영영 숨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품는다”고 말했다.
이날도 오후 1시 지원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의 가족이 찾아와 상담을 받았다.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만큼 가족도 상담 신청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들도 상담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첫 지원센터이기에 겪는 어려움도 많다. 1년에 4억원이 투입되는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 자체 프로그램 외에도 지원기관을 연결해야 하는데 연결이 쉽지 않다. 특히 은둔기간이 긴 중년은 취업, 보조금 등의 지원을 받을 길이 적다. 가장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정책에서 소외되는 것이다.
백 사무국장은 “40대 이상을 위한 활동은 뭐가 있나 보니 은퇴자를 위한 것들이 많았다”며 “맞춤형 프로그램을 찾기 쉽지 않다. 다행히 56세 상담자의 경우 돌봄이 필요할 것 같아 광주형 통합 돌봄의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씻는 법, 옷 입는 법도 잊은 외톨이
> 지난 24일 방문한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시 조례로 탄생한, 전국 유일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다. 지원센터 직원들은 은둔형 외톨이의 집을 방문하거나 할 때 포춘쿠키 등 다과를 가져간다. 광주=김빛나 기자
지원센터는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은둔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일상이 무너진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집에만 있기에 씻는 일을 자꾸 미룬다. 계절에 맞춰 옷을 입는 법도 잊어버린다.
은둔한 사람들이 생활습관을 잡지 못하면 새 출발이 어렵기에 지원센터는 작은 목표라도 세워 은둔형 외톨이들의 활동을 돕는다. 박 팀장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외출을 하지 않아 신발까지 삭아버린 사례가 있다”며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30대에 새 도전을 하기 어려운데 은둔하는 사람은 얼마나 더 어렵겠냐”고 말했다.
“가족의 신고를 받아 집을 찾아갈 때 ‘도와드리러 왔어요’라는 말에 기분 나빠 하는 분도 있다.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럽다.”
지원센터 직원들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은둔형 외톨이를 최대한 발굴하고 싶지만 쉬운 길은 아니라고 말했다. 가족이나 본인이 지원을 신청했다가 취소하는 경우도 많다. 집을 방문할 때 사비로 대상자가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가기도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직원들은 “은둔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을 알고 싶다”고 말하며 상담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빛나 기자(binna@heraldcorp.com)
기사 원문 : 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524000796
지난해 문 연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가보니
>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박현정 팀장은 매일 생활습관을 바꾸려는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연락을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건강한 음식 먹기 등 자신의 생활을 바꿔보려는 외톨이들은 자신의 일과를 박 팀장에게 알린다. 지난 24일 방문한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시 조례로 탄생한, 전국 유일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다. 광주=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광주)=김빛나 기자] ‘일주일에 한 번씩 산책 나가기.’
누군가에겐 흔한 일이지만 14년 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온 37세 A씨에게는 거대한 목표다. A씨는 용기를 내 산책할 때마다 스마트워치로 자신의 외출을 기록한다. A씨는 외출이 끝나면 ‘산책 인증샷’을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에서 일하는 박현정 팀장에게 전송한다. 스마트워치도 지원센터에서 받았다. 이렇게 외출 인증을 한 지도 어느새 1년. 박 팀장은 “우리 센터에서 가장 성실하게 목표를 달성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A씨와 같은 외톨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격려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지난 24일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에서 만난 그는 메신저로 “안녕하세요^^. 황사주의보가 해제된 쾌청한 날입니다”라는 인사를 한 외톨이에게 건넸다. 수십명에게 밝은 기운을 전하는 입장이라 박 팀장은 캐릭터 피규어 등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책상에 두며 힘을 내고 있다.
하루에 한 번꼴로 ‘도움 요청’ 연락 와
> 지난 24일 방문한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시 조례로 탄생한, 전국 유일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다. 광주=김빛나 기자
광주 북구에 있는 이 센터는 은둔 삶을 바꿔보려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문을 두드리는 곳이다. 전국 유일한 지원센터인 데다 나이와 상관없이 지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원센터에는 중년에 접어든 청년이나 중년 문의가 늘고 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껴 10년 넘게 은둔한 30대 후반 남성부터 이혼과 건강 문제로 5년 동안 은둔한 56세 남성까지 사연도 다양하다. 센터가 문을 연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309명이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연락이 오는 셈이다.
센터 설립부터 함께한 백희정 사무국장은 “우리 센터에는 다른 기관에 지원을 문의했으나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아 마지막으로 오는 외톨이가 많다”며 “우리가 돕지 않으면 영영 숨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품는다”고 말했다.
이날도 오후 1시 지원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의 가족이 찾아와 상담을 받았다.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만큼 가족도 상담 신청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들도 상담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첫 지원센터이기에 겪는 어려움도 많다. 1년에 4억원이 투입되는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 자체 프로그램 외에도 지원기관을 연결해야 하는데 연결이 쉽지 않다. 특히 은둔기간이 긴 중년은 취업, 보조금 등의 지원을 받을 길이 적다. 가장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정책에서 소외되는 것이다.
백 사무국장은 “40대 이상을 위한 활동은 뭐가 있나 보니 은퇴자를 위한 것들이 많았다”며 “맞춤형 프로그램을 찾기 쉽지 않다. 다행히 56세 상담자의 경우 돌봄이 필요할 것 같아 광주형 통합 돌봄의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씻는 법, 옷 입는 법도 잊은 외톨이
> 지난 24일 방문한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시 조례로 탄생한, 전국 유일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다. 지원센터 직원들은 은둔형 외톨이의 집을 방문하거나 할 때 포춘쿠키 등 다과를 가져간다. 광주=김빛나 기자
지원센터는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은둔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일상이 무너진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집에만 있기에 씻는 일을 자꾸 미룬다. 계절에 맞춰 옷을 입는 법도 잊어버린다.
은둔한 사람들이 생활습관을 잡지 못하면 새 출발이 어렵기에 지원센터는 작은 목표라도 세워 은둔형 외톨이들의 활동을 돕는다. 박 팀장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외출을 하지 않아 신발까지 삭아버린 사례가 있다”며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30대에 새 도전을 하기 어려운데 은둔하는 사람은 얼마나 더 어렵겠냐”고 말했다.
“가족의 신고를 받아 집을 찾아갈 때 ‘도와드리러 왔어요’라는 말에 기분 나빠 하는 분도 있다.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럽다.”
지원센터 직원들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은둔형 외톨이를 최대한 발굴하고 싶지만 쉬운 길은 아니라고 말했다. 가족이나 본인이 지원을 신청했다가 취소하는 경우도 많다. 집을 방문할 때 사비로 대상자가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가기도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직원들은 “은둔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을 알고 싶다”고 말하며 상담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빛나 기자(binna@heraldcorp.com)
기사 원문 : 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524000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