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제정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로 문 열어
광주 지역 내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 '5천여명' 추산
사례 발굴·상담부터 다양한 사회화 프로그램 '진행'
센터 대표 전화·카카오톡 채널 등 통해 상담 신청

광주 북구 중흥동에 위치한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학교폭력으로 인한 상처가 곪을 대로 곪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도 두려워요. 언제까지 좁은 방 안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할까요…."
어느덧 방 밖을 나가지 않은지 6개월이 됐다. 가족과의 대화도 단절됐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적도 부지기수다.
광주에 사는 고등학생 A군은 학교폭력을 당한 이후로 마음의 문을 닫았다. 학교에 가면 행복하게 웃고 있는 가해자들을 마주해야만 했고 끔찍한 학교폭력의 기억은 살갗을 파고 들었다. 급기야 등교를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자퇴를 하게 됐다. 이후로 A군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부한 채 6개월 동안 방에 틀어박혀 생활하고 있다.
A군은 "언제까지 방 안에서만 생활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집 밖을 나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며 "늪에 빠지는 기분이다. 어떻게 이 생활에서 벗어나야 할지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떨궜다.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내부 상담실 모습.
자신만의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지난 14일 전국 최초로 광주에 문을 열었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인한 취업난과 실직 증가는 물론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면서 은둔형 외톨이를 발생시키는 환경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탈 은둔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는 지난 2019년 제정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에 따라 지난 4월 광주 북구 중흥동에 둥지를 틀었다.
정식 개소식은 이날 강기정 광주시장과 시의회, 지원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강기정 시장은 "광주에서 전국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작은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마음의 문을 닫은 이들을 위해 더욱 관심을 갖고 광주시가 주체돼 여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반적으로 집안, 방안 등 한정적 공간에서 일정 기간(6개월) 이상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광주시는 3개월을 기준으로 잡았다.
센터는 지역 내 은둔형 외톨이 사례를 발굴하고 상담과 함께 동행 서비스·치유·생활 습관 개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센터 내에는 상담실, 교육장(회의실)이 갖춰져 있어 수시로 당사자 상담을 진행하고 매주 정해진 시간에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도 전개한다. 센터 방문을 어려워하는 경우 가정방문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는 등 소외된 은둔형 외톨이가 없도록 발로 뛴다.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내부에는 상담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무료 나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상담가는 당사자와 라포 형성을 위한 '텃밭 가꾸기', '아로마테라피 체험' 등의 치유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이후 은둔형 외톨이들이 서로 만나 자조모임을 갖게하는 등 사회적 활동 반경을 확장시켜 사회 복귀까지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센터 대표 전화나 카카오톡 채널 등을 통해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지난달 말 기준 사례 25건, 상담 120건을 관리하고 있다.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은둔을 탈출하기까지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대인관계 형성부터 생활습관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직업훈련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며 "앞으로 은둔청년의 자립을 돕는 일본의 '이바쇼'와 같은 안전한 공간과 셰어하우스 등의 은둔형 외톨이 전용 공간이 생기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가 2020년 실시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 내 은둔형 외톨이는 약 5천명으로 추정된다. 10만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349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발굴됐다. 광주 전체 인구(143만4천397명)를 감안하면 5천여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2019년 제정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로 문 열어
광주 지역 내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 '5천여명' 추산
사례 발굴·상담부터 다양한 사회화 프로그램 '진행'
센터 대표 전화·카카오톡 채널 등 통해 상담 신청
광주 북구 중흥동에 위치한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학교폭력으로 인한 상처가 곪을 대로 곪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도 두려워요. 언제까지 좁은 방 안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할까요…."
어느덧 방 밖을 나가지 않은지 6개월이 됐다. 가족과의 대화도 단절됐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적도 부지기수다.
광주에 사는 고등학생 A군은 학교폭력을 당한 이후로 마음의 문을 닫았다. 학교에 가면 행복하게 웃고 있는 가해자들을 마주해야만 했고 끔찍한 학교폭력의 기억은 살갗을 파고 들었다. 급기야 등교를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자퇴를 하게 됐다. 이후로 A군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부한 채 6개월 동안 방에 틀어박혀 생활하고 있다.
A군은 "언제까지 방 안에서만 생활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집 밖을 나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며 "늪에 빠지는 기분이다. 어떻게 이 생활에서 벗어나야 할지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떨궜다.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내부 상담실 모습.
자신만의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지난 14일 전국 최초로 광주에 문을 열었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인한 취업난과 실직 증가는 물론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면서 은둔형 외톨이를 발생시키는 환경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탈 은둔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는 지난 2019년 제정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에 따라 지난 4월 광주 북구 중흥동에 둥지를 틀었다.
정식 개소식은 이날 강기정 광주시장과 시의회, 지원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강기정 시장은 "광주에서 전국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작은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마음의 문을 닫은 이들을 위해 더욱 관심을 갖고 광주시가 주체돼 여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반적으로 집안, 방안 등 한정적 공간에서 일정 기간(6개월) 이상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광주시는 3개월을 기준으로 잡았다.
센터는 지역 내 은둔형 외톨이 사례를 발굴하고 상담과 함께 동행 서비스·치유·생활 습관 개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센터 내에는 상담실, 교육장(회의실)이 갖춰져 있어 수시로 당사자 상담을 진행하고 매주 정해진 시간에 가족구성원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도 전개한다. 센터 방문을 어려워하는 경우 가정방문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는 등 소외된 은둔형 외톨이가 없도록 발로 뛴다.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내부에는 상담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무료 나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상담가는 당사자와 라포 형성을 위한 '텃밭 가꾸기', '아로마테라피 체험' 등의 치유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이후 은둔형 외톨이들이 서로 만나 자조모임을 갖게하는 등 사회적 활동 반경을 확장시켜 사회 복귀까지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센터 대표 전화나 카카오톡 채널 등을 통해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지난달 말 기준 사례 25건, 상담 120건을 관리하고 있다.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은둔을 탈출하기까지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대인관계 형성부터 생활습관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직업훈련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며 "앞으로 은둔청년의 자립을 돕는 일본의 '이바쇼'와 같은 안전한 공간과 셰어하우스 등의 은둔형 외톨이 전용 공간이 생기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가 2020년 실시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 내 은둔형 외톨이는 약 5천명으로 추정된다. 10만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349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발굴됐다. 광주 전체 인구(143만4천397명)를 감안하면 5천여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